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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| 【독자투고】 외계인 침공 시 시 안 읽는 사람이 먼저 잡아먹힌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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카테고리 | 여론 |
‘외계인 침공 시 시 안 읽는 사람이 먼저 잡아먹힌다.’ 최근에 산 티셔츠에 적혀있는 문구이다. 이 티셔츠를 인터넷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이 옷과의 운명을 느꼈다. 시를 읽지 않으면 외계인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는 도발적인 문구와 앙증맞은 외계인 그림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.
이 티셔츠를 입고 처음 학교에 갔던 날 국문학개론 수업이 있었는데, 교수님께서 내 티셔츠를 보시고는 왜 시를 읽지 않으면 외계인에게 잡아먹히는지 설명해 주셨다. 시를 읽으면 나의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게 되는데 외계인의 경우도 같을 것이라고, 외계인의 마음을 알게 되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으니 먹히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이었다.
나는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바로 문학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.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있을까? 문학을 읽는 순간만큼은 우린 작품 내의 인물에게 몰입하고 그 인물 자체가 돼볼 수 있다. 더불어 작품의 창작자 자체도 돼볼 수도 있다. 즉,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내가 타인이 돼 그를 이해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. 나 또한 그렇게 <광장> 속의 ‘이명준’이 돼 절절한 사랑에 저릿해진 마음을 부여잡아도 보고, 최은영 소설가가 되어 사람들 간의 관계란 정말 물거품 같은 걸까 깊은 고민에 빠져보기도 했다. 현실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선 나 말고 타인이 최소한 한 명은 필요한 데 비해 문학책 한 권만 있으면 무한한 마음들을 들여다보고 다양한 내면세계에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.
우리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. 자신의 감정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타인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 같다. 하지만 사람들이 더 많이 문학을 접하고 읽으면 지금보다는 더욱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? 각자의 온기를 조금씩이라도 모아서 합치면 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. 시, 소설, 수필 등 어떤 형태든 좋으니 이번 여름은 다양한 마음들을 만나러 문학 속으로 풍덩 빠져보는 건 어떨까?
김서연<국어교육학과·1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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